LOST in the snow.
2021. 1. 12.Writing
@damoon_p 가 번역해주었습니다. 원문은 일본어입니다. (제가 집필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이야기이나, 그럼에도 작은 하나의 이야기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겠다.
이 세상에 소년 한 명이 있었다. 달리 특별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하며, 유일하게 남들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마음에 큰 상실을 지닌 소년. 소년은 자신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아오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나 외로운 것일까. 가족은 없었으나 친구는 꽤 있었으며, 친척들도 자신을 잘 돌봐주었는데, 어째서 외로움과 상실감을 느끼는 것일까. 설령 가족이 없다고 할지언정, 그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 사람들과 맺어진 생활을 하는 소년이었다. 그렇기에 그 상실감을 더욱 이해하지 못하며, 기억조차 하지 못하며 소년은 줄곧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니, 그것보다는 "괴롭게 몸부림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외로움을 품은 채 시간은 지나고 있었다. 소년의 기억에 남아 있는 하루, 어느 봄날, 그때 따스한 햇살을 쐬며 눈뜬 감각은 첫눈이 내리던 날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를 잃었기에—무엇인가 사라졌기에 비로소 생겨나는 허무를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날, 첫눈이 내린 날에 소년은 여느때처럼 허무를 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년은 이 순간부터, 눈이 내리는 지금부터 꿈을 꾼다. 문득 눈을 뜨니 소년은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지평선마저도 새하얗다는 것을 깨닫는다. 잔뜩 쌓인 눈이 그의 발에 밟히며 자그마한 비명을 지른다. 소년은 그 소리를 발 아래 둔 채로, 지금 보이는 것이 꿈이라고 그저 믿을 뿐이다. 변치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니, 그 찰나의 순간에 한 가지가 변한다.
소년의 눈앞에 하얀 토끼가 있다. 이것이 거짓인 것마냥,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며 나타난다. 새까만 눈이 없었다면 눈에 파묻힌 다른 무언가라고 착각할 정도로 새하얀 토끼는, 눈과 같은 목소리로 말 같은 거짓을, 거짓 같은 말을 소년에게 속삭인다.
"눈 속에서 죽어본 적은 있겠지? 찾고 싶다면, 날 따라와."
사라지지 않는 순백에 매료된 것인지, 혹은 소년이 찾던 무언가를 찾을 기회라고 여긴 것인지, 그는 움직이는 토끼의 뒤를 쫓는다. 토끼의 긴 귀가, 토끼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소년에게는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라고 소년은 생각하며,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눈이 밟히는 소리는 하나의 리듬이 되어, 멜로디가 되어 고요한 이 세상에 음악을 새겨넣는다. 그 음악이 무엇을 노래하는지, 어떤 선율을 지니는지를 소년은 알 방도가 없다. 알고 있었으나 잊고 있었다. 눈은 모든 것을 파묻고, 파묻힌 것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다. 따뜻하며 잔혹한 눈이기에. 소년은 그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토끼에게 묻는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샌가 걷는 속도가 빨라졌다.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약속을 재생시키기 위해 소년은 소년 스스로도 모르는 새에 달린다. 아무리 달려도 토끼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고, 주위의 풍광이 바뀜을 알지 못한 채 소년이 길 없는 눈밭으로, 미지의 지평선의 저편으로 향한다. 숨이 차올라 고개를 숙이며 걸음을 멈추니, 소년에게 환영과 같은—누군가의 순진무구한, 그러나 짖궂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막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가 아닌, 소년의 마음에 닿으며 들려오는 소리다.
'모든 걸 눈으로 새하얗게 메울 거야!'
그 말을 듣자 소년은 고개를 든다. 모종의 목적을 지니지 않는 행동. 마치 사로잡힌 듯 고개를 든다. 무엇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없던 평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소년은 산중턱에 있었다. 변함없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귀를 기울이는 토끼는 거짓과 말을 함께 말한다. 소년에겐 익숙지 않은 목소리다.
"이 앞으로 더 나아갈 셈이야? 네가 원하는 것은 정상에 있어."
소년은 망설임 없이 수긍한다. 원하던 것이, 잊어버린 약속이 저 위에 있다면. 고개를 더욱 치켜들자 보이는 정상에는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구름이 낀 듯 흐리던 세상이었기에 더욱 빛난다.
이 앞에는 무엇이 있지? 소년은 그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낼 수 없다. 그럼에도 그의 직감이 끊임없이 외친다. 이 앞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고, 내가 원하던, 새하얗고 아름다운—
—새하얗고, 아름다운—?
직감이 외치는 그 내용에, 소년은 터무니없는 위화감을 느낀다. 그 감각이 잠시 그의 발걸음을 멈춘다. 잊고 있던 것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조금도 알 수 없었는데. 어째서 그런 말을 떠올린 것인가? 그것을 중얼거리는 소년이 멈춰서 있을 때, 이미 직감이 흔들어놓은 마음에 또다시 토끼가 찾아온다. 소년은 자신과 대치하는 이가 과연 토끼인지, 혹은 토끼의 형상을 한 다른 누군가인지 알 수 없었다.
"맞아, 새하얗고 아름다운 사람. 알고 있었잖아? 그저 잃어버리고,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잊었을 뿐이라고."
소년은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토끼의 목소리는 소년 스스로와 몹시나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명히 다른 목소리이나, 이상할 정도로, 놀라울 정도로 자신과 닮은 목소리이다. 꿈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환영이기에 성립하는 것일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소년은 또다시 토끼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간단해. 햇살에 손을 뻗어, 그걸로 충분할 테니까."
그 말을 듣고서 소년은 정상에 드리운 햇살에 손을 뻗는다. 당연히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선지 빛에 다다랐다고 느낀 그 순간—소년의 기억에 단 하나의 감정이 흘러온다. 눈과는 다른 순백이 시야를 가득 채운 풍경과 함께, 따뜻하고, 동시에 잔혹한 목소리가 내뱉는 선언을 바라본다.
—부디 날 잊어줘. 네가 바라던 일상으로, 되돌려줄 테니까.
이윽고 소년은, 깨어날 수 없는—현실로 향하는 선잠을 향해 의식을 녹이며 이해한다.
—소년이 잃어버린 것은 단 하나, 새하얗고 아름다운 소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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